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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에 전쟁까지… 재건축 시장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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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전쟁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영향이다. 수주를 포기하거나 공사 중단에 나서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재건축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전쟁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영향이다. 수주를 포기하거나 공사 중단에 나서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온 현가흔 기자]  재건축 시장에 찬바람이 분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건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건설현장 업무 기피현상이 확산되면서 인건비도 올랐다. 수주를 포기하거나 공사를 중단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24일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시멘트 주 원료로 사용되는 유연탄 가격은 톤당 250.55달러다. 이는 유연탄 주요 공급처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결과다.

시멘트 가격도 올랐다 .쌍용C&E는 지난달 18일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합의한 결과 1종 시멘트가격을 톤당 9만800원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종전가(7만8800원)보다 1만2000원(15.2%) 오른 금액이다. 슬래그 시멘트 가격은 7만19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인상됐다. 2020년까지 톤당 6만원대였던 레미콘 가격도 9만원대로 뛰었다.

철근도 마찬가지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철근 값은 톤당 100만원을 웃돌았다. 골조공사에 쓰이는 고장력철근(SD400)은 올 1월 톤당 105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급등한 수치다. 최근 철근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서 품귀현상이 발생했고 가격이 올랐다. 골재가격도 올 1월 대비 10% 오르면서 ㎥당 1만5000원 정도로 책정됐다.

원자재 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급등세다. 대한건설협회 건설업 임금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공사직과 콘크리트거푸집기능사 직종 1일 평균 임금은 각각 23만1044원, 24만2138원이다. 5년전 임금(16만9999원·17만4036원)보다 40% 가까이 인상된 금액이다. 철근콘크리트 연합회는 건설직종 인건비가 올해에만 10~30% 올랐다고 밝혔다.

특히 올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건설현장의 인력도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다.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 중 하나인 안전관리자는 강력한 처벌이 두려워 직종을 변경하거나 높은 몸값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연봉을 대폭 인상해주거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해 채용에 나섰으나 조건에 맞는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원자재·인건비가 급등하면서 건설업계의 부담이 가중됐고 미래도 어두워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2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 4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16.1포인트 하락한 69.5를 기록했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건설업계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의미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통상 3~4월에는 혹한기 이후 공사가 증가하는 계절적인 영향으로 지수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하락했다”며 “건자재 인상에 대한 원도급업체의 공사비 증액 요구와 파업 등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부담은 결국 수요자에게 돌아간다. 자금부담이 올라가면 사업에 차질이 생기고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주택시장은 침체기에 빠졌다. 특히 건설사와 조합간 공사비 갈등으로 건설현장이 멈춘 곳이 늘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사업은 둔촌주공 재건축이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조합은 이전 조합이 체결한 공사비 증액분을 두고 시작된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지난 19일에는 시공사업단이 현장에 배치된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을 진행하면서 분양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아울러 동대문구 이문 1구역, 신반포 15차 재건축사업 등도 공사비때문에 분양일정이 늦춰졌다.

공사비 증액도 결국 원자재·인건비 대란에 따른 결과다. 건설사는 당연히 원자재 가격이 올라 공사비를 올릴 수밖에 없고 조합 측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비사업이 90%에 달하는 서울은 더 심각하다. 올 상반기 공급이 이뤄진 물량은 목표치보다 75% 급감했다.

이처럼 점차 부담이 커진 건설사들이 수주를 포기하는 사례도 잇따라 발생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신흥1구역 재개발사업은 지난 4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열었으나 유찰됐다. 설명회에는 단 한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에도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해당 조합원들은 이달까지 두 차례 시공사 입찰을 받았지만 참여한 건설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건설사들은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를 맞추기 힘들다고 판단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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