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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06 17:18
  • 수정 2024.04.23 19:54

집에서 가져온 먹이를 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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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개
동물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많다. 요즘은 특히 인터넷이 발달해 방문 전에 정보를 확인하고 동물원에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블로그 등을 통해 포스팅을 많이 하는 엄마들은 동물원에 갈 때 필요한 것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동물원에 방문한 부모의 경우 챙겨가야 할 목록 1호는 바로 당근, 배추다. 예쁜 동물들에게 맛있는 채소를 주고 싶은 마음, 아이에게 동물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직접 먹이주기 체험까지 할 수 있게 하고 싶은‘엄마의 마음’, 나도 딸을 둔 아빠로서 충분히 이해한다.

먹이 주기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동물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여러 사람들이 동물원 곳곳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염소 우리, 말 우리, 토끼 우리, 원숭이사, 사슴사 등등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주고 있다. 염소는 아이 엄마가 아침부터 준비해 온 당근이며 배추를 열심히 먹고 있다. 엄마가 집에서 미처 먹이를 준비해 오지 못한 집 아이들은 동물 우리 옆 아무 잡풀이라도 뜯어서 우리 안으로 집어넣는다. 한 아이는 집에서 싸온 맛있는 과자 간식을 주고 있다. 부모님은 흐뭇하게 이 광경을 지켜보며 연신 카메라 후레쉬를 터트린다. 누구하나 말리는 사람도 없다. 동물 담당자가 조심스레 다가가 집에서 가져온 먹이를 주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사람들은 잠시 먹이 주는 것을 중지한다. ○○아 당근은 주면 안 된데. 그리고 담당자가 사라지자 다시 신나게 먹이주기 시작! 담당자가 다시 제지를 하자 ‘왜 나한테만 그래요? 저 사람은요?’ 한숨이 난다. 원숭이사 앞에 가니 원숭이들이 재주넘기를 하고 있다. 이 녀석들은 어떻게 해야 맛있는 먹이를 얻어 먹을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멋지게 공중제비를 넘자 상으로 땅콩을 받는다. ‘아, 저 분은 매일 오셔서 땅콩 주시는 분이지’ 다시 한 번 다가가서 땅콩을 주시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 드린다. 알았다고 하신다. 내일 또 오시겠지. 사슴사 쪽으로 이동해 본다. 이쪽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집에서 가져온 음식 왜 안 돼요?
동물원 동물들의 먹이는 동물 종에 따라서 영양성분 및 기호성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해 2일 간격으로 엄격한 검수를 통해 신선한 상태로 반입된다. 하루 급여량 역시 동물 종, 동물 체중, 영양 상태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며 필요 시 특별 사료로 제철 과일 등을 급여하며 철저히 관리한다. 이렇게 정해진 양의 먹이를 공급받는 동물의 입장에서 다른 음식, 즉 관람객들이 집에서 싸온 음식이나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을 먹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첫째로 영양 불균형이 올 수 있겠다. 집에서 가져오시는 야채들은 사실 아주 좋은 먹이이다. 섬유소도 충분하고 맛도 좋다. 하지만 이런 생야채만 과다로 섭취하게 되면 영양 불균형이 올 수가 있으며, 포만감에 의해 동물원에서 제공하는 먹이를 잘 안 먹을 수 있다. 또한 과식에 의한 소화기계 질병(설사, 연변)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동물 개체간의 투쟁이다. 쉽게 말해 서로 먹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울 수 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원숭이의 경우 먹이 다툼으로 많이 싸우며, 한번 싸우면 정말 심하게 싸워서 봉합수술만 수차례 받은 개체들도 있다.
세 번째로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을 주는 경우이다. 토끼는 동물원에서도 많이 사랑받는 동물인데 이 토끼는 먹어서는 안 되는 풀이 있다. 독성이 있는 풀을 아무렇게나 뜯어서 주는 경우 문제가 되며, 집에서 가져온 야채를 많이 먹으면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을 나타낸다.
네 번째로 이물 섭취(비닐, 동전)에 의한 장 폐색이나 중첩으로 심할 경우 폐사할 수도 있다. 갑자기 급사한 동물을 부검해 보면 때로는 배 속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가득 차 있는 경우도 있다. 비닐부터 동전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하면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글을 맺으며
많은 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거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더더욱 보호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정말로 사진으로만 동물을 접할 날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성숙한 관람 문화로 더욱 더 즐겁고 행복한 동물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의사 엄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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